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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을 얻는 제주여행

몇 번 제주를 찾았지만

나의 제주는 늘 조급했다.

렌터카를 빌려 그곳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기념사진을 찍는 데 의의를 둔…. 각종 미디어와 SNS에 소개된 곳들을 도장 깨기 하듯 돌아다녔던 시간들로 가득 찬 여행이었다. 제주 여행객 1,600만 시대, 그곳에서 내가 찾은 건 핫플레이스와 제주 맛집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고, 그곳에 나의 제주는 없었다. 누군가의 기준에 맞춰진 제주가 아닌 나만의 제주를 마주하기 위해 다시 제주를 찾았다. 그리고 이번엔 버스를 타기로 마음먹었다.버스는 이 여행에 더할 나위 없는 동반자가 되어 주었다. 잔잔히 흘러가는 차창 밖 아름다운 풍경에 시선을 뗄 수 없었고, 제주 할망들과 버스 기사가 주고받는 제주 사투리를 들으며 낯설고도 친근한 제주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무엇보다 느긋한 버스를 기다리다 보면 절로 낙낙한 마음과 여유 있는 발걸음을 내딛게 되는데, 그때마다 웬만큼 알고 있다고 생각한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제주는 구석구석 숨겨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팁을 확인하세요

첫째날

숲 속의 세렌디피티

810번 버스

물결치듯 흐르는 능선이 고운 용눈이오름부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비자림까지,
제주의 다양한 푸르름을 마주할 수 있는 루트

13개의 오름 사이 비자림, 동백동산 습지센터 등을 달리다보면 제주가 지닌 다채로운 초록빛이 매 순간 버스 창 안으로 쏟아진다. 810번 버스를 타고 마주한 초록의 제주는 뜻밖의 발견을 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바로 제주의 자연은 어느 것 하나 이기적인 게 없으며, 숲 속의 생명들은 공정하게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오름에서는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말을 위해 인간이 마땅히 다른 길로 오르기도 하고, 숲에선 울창한 듯 보이지만 서로 닿지 않으려는 나무들의 배려가 우리가 가는 길마다 햇살을 비춰주곤 했다. 도시현실 속 인간의 삶의 모습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많은 식물과 동물이 함께 공존하는 이곳에서 산과 숲을 파괴하는 인간들 때문에 보금자리가 사라지는 자연의 입장을 이해해보며, 그들이 내뿜는 푸르른 초록 기운을 얻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화려함보다 심심한 멋 용눈이 오름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산28

나무가 되고 싶은 이유 비자림

제주시 구좌읍 비자숲길 55

  • 용눈이 오름
  • 제주 레일바이크
  • 다랑쉬 오름입구(북)
  • 비자림
  • 메이즈 랜드
  • 둔지오름
  • 덕천리 마을
  • 어대오름
  • 한울랜드
  • 동백동산
    습지센터
  • 알밤오름
  • 다희연
  • 선인동 마을
  • 선녀와 나무꾼
  • 선흘2리 마을
  • 제주세계자연 유산센터
    거문오름
  • 대천 환승 센터
  • 거슨세미오름, 안돌오름,
    밧돌오름, 민오름
  • 송당리 마을
  • 다랑쉬 오름입구(남)

Stop! 용눈이오름
달리는 버스 안, 창문을 열어 에어컨 바람 대신 자연의 바람을 만끽하다보니 바람이 많이 부는 곳으로 유명한 용문이 오름에 가까워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찬찬히 약 30~40분 올랐을까? 초지와 오름, 삼나무 숲으로 덮인 제주 중산간의 한가로운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남서쪽으로는 한라산, 동쪽으로는 푸른 바다와 성산 일출봉, 우도를 볼 수 있을 정도로 탁 트인 시야. 화려하진 않지만 충분히 멋스러운 오름의 완만함은 어려움을 주지 않으면서도 마치 모든 것을 다 포용할 것만 같은 편안한 감동을 안겨줬다.
Stop! 비자림
잎이 뾰족하게 뻗은 모양이 ‘비(非)’ 자를 닮아 ‘비자’라는 이름을 얻은 비자나무가 3,000그루 가까이 모여 단일 수종의 숲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신비의 공간. 수백년간 한 자리를 지켜온 고목들이 무성한 잎과 가지를 뻗어 여름의 햇살을 가려주는데, 자신의 자리를 알맞게 차지하면서도 사이좋게 어우러진 불규칙한 숲의 리듬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비자열매 특유의 향에 휩싸여 숲길을 걷는 그 순간엔 정말이지 아무런 말도 필요치 않았다. 인간의 소음에서 완벽히 해방되어 고요한 숲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언젠가 우연찮게 본 ‘나무변호사’로 불리길 원한다는 숲연구소 이사장 남효창님의 말이 생각났다.

숲의 공익적 기능을 찾아주세요!

나무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은 까닭에, 새들이 찾아와 노래 부르고, 모든 생물들이 기꺼이 나무가 마련한 잔치에 동참한다. 자연의 숲이다. 오늘도 나는 꿈을 꾼다. 자연의 숲과 같은 사람의 숲을.

천 년 가까운 시간을 묵묵히 버티고 있는 비자나무들 사이, 비자림 안에서만큼은 내가 고민하는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순간이었다.
비자림 숲 한켠에 기록된 숲의 이야기. 숲은 우리 모두의 것이 되어야 한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소한 행동들이 이기심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이곳에서만큼은 침묵으로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둘째날

지속가능한 발걸음

제주시티투어버스

시간과 기억을 자산으로 삼은 문화지대 원도심 사잇길을 거닐며
제주의 깊은 속살을 엿볼 수 있는 루트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휴양지 보라카이는 최근 지독한 몸살을 앓았다.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 문제, 교통대란 등의 부작용으로 섬을 잠정 폐쇄해야만 했던 것. 관광객이 도시를 점령하고 주민들의 삶을 침범하는 오버 투어리즘 현상… 여행을 계획하고 즐기다 보면, 때론 우리의 즐거움과 낭만이 이기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어느새 여행을 즐기는 인구는 엄청나게 많아졌고, 덕분에 한 사람의 여행은 우리의 생각보다 그 지역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제주의 원도심을 관통하는 제주시티투어버스에 몸을 실어 제주의 자연뿐만 아니라 이곳의 문화와 경제에도 나의 행복을 돌려줄 수 있는 발자국을 남기고 싶었다. 이 동네의 멋과 맛을 간직하고 있는 카페, 시장, 작은 동네 서점 등을 현지인처럼 천천히 다니면서 그 아름다움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도록 말이다. 제주에 살던 사람들을 엑스트라로 만드는 여행객이 아닌, 이곳에 속해 살아가는 주인이 되어보는 것도 이번 여행의 목표 중 하나였으니까.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름다움 라이킷

제주시 칠성로길 42-2

사랑스러워 더 마음 아픈 카페 농띠

제주시 구좌읍 김녕항3길 18-16

  • 제주시청 >>> 농띠
  •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 사라봉(산지등대)
  • 제주연안여객터미널
  • 김만덕객주
  • 동문시장
  • 관덕정
  • 탑동광장
  • 용연구름다리
  • 용두암
  • 어영해안도로
  • 도두봉
  • 이호테우해수욕장
  • 제주민속오일시장
  • 제주국제공항
  • 제주시외버스터미널
Stop! 라이킷
지난 제주여행에서 SNS로 맛집 검색만 열심히 하던 내가 이번 여행에서는 동문시장 속 작은 동네 책방을 찾았다. 소박하고 조용한 공간에서의 쉼은 복잡한 생각과 감정의 소비를 정리하는데 큰 도움을 주기 마련. 요즘 서울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베스트셀러를 갖춘 화려한 대형서점이 많다. 반면 대중적이지 않아 더 소중한 소규모서점이 주는 매력은 주인장의 취향에 따라 엄선된 책이 새로운 감성의 카테고리를 만든다는 점이다. 책방 한켠에 마련된 제주 관련 책들은 여기가 제주라는 곳을 다시금 환기시켜주었는데, 바다와 오름을 가는 것도 제주를 느끼는 방법이지만 이곳에서 제주를 담은 책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이번 여행의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이 들었다. 라이킷에 방문한건 행운같다. 이곳을 경험한 뒤로 다른 지방의 동네 서점들에도 관심이 생겼고, 그곳들을 여행하는 버킷리스트가 하나 추가됐으니말이다!

라이킷 전경

라이킷 전경

라이킷 전경

Stop! 카페농띠 카페농띠 오두막
이번엔 어디로 발걸을음 옮겨야할까.. 고민하다 제주시청에서 간선버스를 갈아타 약 1시간 정도를 달려 김녕해변에 위치한 카페 농띠라는 곳에 들러보기로 했다. 화려하지 않아도 조용한 김녕 바다와 아주 잘 어울리는 제주의 시골집 그대로를 꾸며놓은 곳이었다. 이곳 마당엔 뛰노는 댕댕이들이 유독 많았는데, 알고보니 반려견 동반 출입이 가능해 개어멍이라면 다 아는 곳이라더라. 특히 이곳엔 상주견 강아지가 두마리 있다. 쌀, 보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원래 유기견이었다고.
쌀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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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 마을에 돌아다니는 개들이 무서워서 신고하고, 유기견이라 여겨 신고하고...
마을 사람들끼리 살 때는 별문제가 되지 않던 방목의 문화가 도시의 반려문화에 익숙한 여행객들에겐 다르게 다가가는 것이 이 지역사회에 새로운 문제를 만들고 있다. 이곳의 방목 문화가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이유는 이웃주민들과 강아지들이 서로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인데, 제주에 잠시 들렸다가는 이방인들이 많아지면서 일부 여행객들은 돌아다니는 개들이 무서워서 신고하기도 하고, 주인에게 버림받은 것으로 오해해 유기견으로 신고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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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휴가를 함께 즐기고자 데려왔다가 처치곤란이 되어 유기한 반려견들까지. 관광객이 넘쳐나는 여름, 제주 동물보호센터엔 주인 잃은 동물들도 넘쳐난다고… 게다가 이곳의 보호 동물 안락사 비율은 37%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한 사람의 여행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얼마나 무서운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아닐 수 없었다.

셋째날

나의 무게를 비워내는 여정

202번 버스

눈 시리도록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를 따라
돌아볼 수 있는 루트

이 버스를 탔다면 한 번쯤은 목적지를 정하지 말고 아무 바다에 내려보라고 말하고 싶다. 각각의 바다, 해변마다 남다른 작품이니 제주의 바다를 풍경 삼는 산책이 해보고 싶다면 더더욱. 아파트 단지 내를 따분히 돌거나 건물이 덜 있는 곳을 걷는 게 전부였던 나는 진짜 산책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그 어딘가에 내려 바다를 계속 보고 있자면,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복잡한 생각이 파도에 떠내려가는 모래알처럼 한없이 작게 느껴졌다. 존재 자체만으로 위안이 되는 바다와의 교감은 그때부터 시작-. 그저 바라만 보았을 뿐인데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더라.

곽지과물해변 풍경

맑은 물이 퐁퐁퐁 곽지과물해변

제주시 애월읍 애월원당길

  • 제주버스터미널
  • 제주민속오일장
  • 애월환승정류장
  • 곽지과물해변
  • 한림환승정류장
  • 협재해변
  • 금능해변
  • 월령리
  • 고산환승정류장
  • 대정읍사무소
  • 탄산온천
  • 화순환승정류장
  • 중문관광단지
  • 중문환승정류장
  • 서귀포버스터미널
  • 아랑조을거리입구
  • 서귀포환승정류장
202 버스
Stop! 곽지과물해변
고운 모래가 반짝이는 곽지해변은 물이 맑고 수심이 얕아 혼자서도 해수욕을 즐기기 딱 좋은 곳이었다. 바로 옆에는 한여름에도 차가운 용천수가 콸콸 솟아나오는 작은 노천탕이 있는데, 식수로도 이용할 수 있다는 이 깨끗하고 귀중한 물을 인간의 이기심으로 더럽히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곽지 바다는 현무암 종류의 패사층이 퇴적된 곳으로 지금도 조개가 많이 서식하고 있다. 덕분에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양손 가득, 한 보따리 가득 조개잡이도 즐기고 있었다. 이쯤에서 문득 든 생각, 부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지나치게 조개를 잡아가지 않길… 나의 즐거움을 위한 조개잡이 경험은 다음 사람을 위해 남겨 두기로 했다. 이 아름다운 바다는 오래도록 모두를 위해 지속가능 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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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절로 보여지는 그 순간, 나만의 제주

있는 그대로의 제주가 보이는 그 순간, 그때부터가 진짜 여행의 시작이라는 걸 알았다. 타인의 기준에 맞춰진 제주가 아닌 나만의 제주를 찾기 위해 느리게, 천천히 그 순간들에 집중한 여행은 내 머릿속 새로운 사고의 물꼬를 터줬다. 어느 하나 이기적인 것 없이 공정하게 공존하는 자연과 제주의 문화를 그려 놓은 이곳만의 풍경속에 그대로 녹아 들며 그동안 나의 즐거움이 어떤 발자국을 남기고 있었는지, 내 생각의 깊이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 컨나츠의 주인공은 나야 나!
제주에 브랜드 헤리티지를 두고있는 이니스프리는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알리고 지역사회 활성화를 돕기 위해 지속적으로 힘쓰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발행하고 있는 '제주 에코 힐링 트래블 북'은 제주와 동행하는 이니스프리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은 브랜드 책자이다. 매년 새로운 테마를 구성해 사랑 받고 있는데, 올해는 '버스 타고 떠나는 아날로그 제주여행'이라는 테마로, 여행 자체가 플레이그린이 되는 제주 버스 여행의 매력과 노선별 테마가 있는 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오름 탐방을 위한 순환 버스, 여름철 해안가를 따라 일주하는 바다 여행 버스, 복합 문화 공간과 갤러리 등을 방문할 수 있는 버스 등 노선 별 특색이 있는 여행 코스를 담고 있다. 또한 새롭게 개편된 제주 버스 이용 방법, 친구와 함께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셀프 사진 촬영 팁 까지 확인할 수 있다. 부록으로 담긴 제주 버스 여행 지도와 아날로그 감성이 담긴 일러스트 엽서는 활용 만점이다.

‘제주 에코 힐링 트래블 vol.8’은 '제주도에 있는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에서 받아보거나,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e-book 으로 확인할 수 있다. (http://www.innisfree.com/kr/ko/event/eco_healing/index.jsp)

자료출처

에코 힐링 트래블 vol.8 - JEJU BUS TRIP, 이니스프리
에코 힐링 트래블 vol.7 - JEJU GREEN BOOK, 이니스프리
'동물보호센터의 여름 - 이 많은 동물들은 모두 어디에서 왔을까' 로컬리지 제주상회